Chapter 01

불량 분석 개요

칩 하나가 테스트에서 떨어졌다. 그 안에는 수십억 개의 트랜지스터와 수 킬로미터의 배선이 있고, 범인은 그중 수십 나노미터짜리 한 점일 수 있다. 불량 분석(Failure Analysis, FA)은 전기적 증상에서 출발해 그 한 점을 찾아내고, 그것이 왜 생겼는지를 공정·설계·사용 조건의 언어로 설명하는 일이다. 이 장은 책 전체의 지도다. 수사가 어떤 순서로 진행되고, 왜 그 순서여야 하는지를 먼저 본다.

불량 분석은 무엇이고 왜 하는가

불량 분석은 "이 칩이 왜 동작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물리적 증거로 답하는 과정이다. 테스트가 알려 주는 것은 어떤 항목에서 떨어졌다는 사실까지다. 불량 분석은 거기서 더 내려가 칩 안의 어느 구조가 어떻게 잘못되었는지를 영상과 측정값으로 보이고, 그 결함을 만든 공정 단계나 설계 약점, 사용 조건을 지목한다. 결과물은 사진 한 장으로 끝나지 않는다. 같은 불량이 다시 생기지 않게 하는 시정 조치까지 가야 분석이 끝난다.

불량 분석을 요청하는 쪽은 크게 셋이다.

세 경우 모두 시료는 유한하고, 분석 과정에서 시료가 소모된다는 점이 같다. 반품 시료가 하나뿐이라면 실수할 기회도 한 번뿐이다. 이 책의 모든 장이 "이 기법은 무엇을 알려 주고, 무엇을 알려 주지 못하며, 시료에 무엇을 남기는가"를 따지는 이유다.

이 책의 관점 불량 분석은 수사와 닮았다. 현장(시료)은 한 번 훼손하면 복원할 수 없고, 목격자 진술(전기적 증상)만으로는 범인을 특정할 수 없으며, 물증(물리적 결함)이 있어도 동기(근본 원인)를 밝히지 못하면 재발을 막지 못한다. 각 장은 수사의 한 단계에 해당하고, 가상의 사건 하나(CASE FB-28)가 책 끝까지 이어진다.

모드, 메커니즘, 근본 원인

불량을 말할 때는 세 층위를 섞지 않아야 한다. 불량 모드(Failure mode)는 밖에서 관찰되는 증상이다. 단선, 단락, 누설 전류 증가, 특정 전압에서의 기능 불량처럼 전기적 용어로 쓴다. 불량 메커니즘(Failure mechanism)은 그 증상을 만든 물리적·화학적 과정이다. 전자 이동, 산화막 절연 파괴, 비아 보이드가 여기에 속한다. 근본 원인(Root cause)은 그 메커니즘이 왜 이 칩에서 일어났는가에 대한 답이며 공정 조건, 설계 여유, 사용 환경의 언어로 쓴다.

분석의 방향: 증상에서 원인으로 불량 모드 Failure mode 어떻게 보이는가 예: 출력 핀이 단선 (전류가 흐르지 않음) 불량 메커니즘 Failure mechanism 물리적으로 무슨 일이 예: 전자 이동으로 배선에 보이드 성장 근본 원인 Root cause 왜 그 일이 생겼나 예: 배선 폭이 좁아 전류 밀도가 과다 전기적 검출 · 3~4장 위치 추적·물리 분석 · 5~13장 근본 원인 · 14장 인과의 방향: 원인이 메커니즘을 일으키고, 메커니즘이 증상으로 드러난다
세 층위. 인과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흐르지만 분석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정 조치는 근본 원인에 걸어야 한다. 메커니즘에서 멈추면 "보이드가 있었다"는 사실만 남고 재발을 막지 못한다.

세 층위를 나누는 이유는 대응 관계가 일대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선"이라는 한 가지 모드는 비아 보이드, 전자 이동, 본드 와이어 끊김에서 모두 나온다. 거꾸로 게이트 산화막 파괴라는 한 가지 메커니즘은 조건에 따라 단락으로도, 누설 증가로도, 시간이 지나 나타나는 불량으로도 보인다. 모드만 보고 메커니즘을 단정하면 엉뚱한 곳을 파게 된다. 아래 도해에서 모드를 고르고, 가능한 메커니즘과 그것을 가려낼 기법이 어떻게 갈라지는지 보자.

SIMULATOR

모드 → 메커니즘 → 가려낼 기법

가능한 메커니즘—
가려내는 데 쓰는 기법—
설명—
해볼 것: ① "단선"과 "저전압·고속 불량"을 번갈아 고르자. 비아 보이드는 양쪽에 모두 나타난다. 보이드가 비아를 완전히 끊으면 단선, 일부만 막으면 저항이 커져 속도 여유만 깎는다. ② 가운데 열의 메커니즘을 누르면 그 메커니즘을 가려낼 기법만 남는다. 트랜지스터 열화는 형태 변화가 없어 영상 기법으로는 잡히지 않는다. ③ "단락"에서 패키지 접속 불량을 눌러 보자. 다이를 열기 전에 X선으로 끝나는 사건도 있다. (연결은 대표적인 경우만 그렸다.)
불량 모드가능한 메커니즘 (예)가능한 근본 원인 (예)
단선비아 보이드, 전자 이동, 와이어·범프 끊김도금·세정 불량, 전류 밀도 설계 초과, 온도 사이클에 의한 피로
단락배선 브리지, 산화막 파괴, 래치업CMP 잔류 금속, 이물, ESD 보호 회로 부족
누설 증가산화막 손상, 접합 손상, 고저항 브리지플라스마 손상, ESD, 금속 오염
저전압·고속에서만 불량저항성 비아·콘택, 가늘어진 배선, 문턱 전압 이동식각 잔류물, 노광 초점 불량, 공정 변동
사용 중 열화BTI·HCI, 전자 이동, TDDB사용 전압·온도 초과, 설계 여유 부족

각 메커니즘의 물리는 2장에서 다룬다. 여기서 기억할 것은 방향이다. 분석가는 모드에서 출발해 메커니즘 후보를 여러 개 세우고, 후보를 하나씩 지워 나간다. 후보를 지우는 데 쓰는 것이 이 책의 나머지 장에 나오는 기법들이다.

수사의 순서: 여덟 단계

불량 분석의 표준 흐름은 여덟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실험실마다 이름과 세부 순서는 다르고 사건에 따라 건너뛰는 단계도 있지만, 뼈대는 같다. 앞 단계는 시료를 그대로 두고 정보를 얻고, 뒤 단계로 갈수록 시료를 깎고 자른다.

접수·이력 확인1장무엇이, 언제부터 전기적 검증3·4장다이 → 후보 넷 비파괴 검사5장패키지인가 다이인가 결함 위치 추적6·7·8장약 1 µm 지점 층 제거9장결함 층 노출 물리 분석10·11·12장비아 하나 → 수 nm 성분 분석13장무엇으로 되어 있나 근본 원인14장공정 단계·장비 여기서부터 시료를 되돌릴 수 없다 비파괴 준파괴 (패키지 개봉·후면 가공) 파괴 (되돌릴 수 없음)
불량 분석의 흐름. 윗줄은 시료를 보존한 채 정보를 얻는 단계, 아랫줄은 시료를 소모하는 단계다. 위치 추적은 패키지를 열거나 실리콘 후면을 얇게 가는 준비가 필요해 준파괴로 분류했다. 각 상자 셋째 줄은 그 단계가 끝났을 때 알게 되는 것이다.
단계알려 주는 것알려 주지 못하는 것시료에 남는 것
접수·이력 확인
1장
로트, 웨이퍼, 테스트 이력, 불량이 처음 나타난 시점과 조건칩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없음
전기적 검증
3장 · 4장
불량이 재현되는 전압·온도·주파수, 웨이퍼 위 분포, 스캔 진단이 지목한 후보 넷후보 넷 위 어느 지점인지, 결함의 물리적 형태없음 (과전압·과전류를 걸지 않는 한)
비파괴 검사
5장
와이어·범프·박리 같은 패키지 수준 이상의 유무다이 안 배선·소자 수준의 결함없음. X선 선량에 민감한 소자는 주의
결함 위치 추적
6장 · 7장 · 8장
이상 전류·발열·타이밍 변화가 생기는 지점 (약 1 µm)지점 안 어느 층의 어느 구조인지, 결함의 형태패키지 개봉, 후면 연마. 칩은 계속 동작해야 한다
층 제거
9장
결함이 있는 층을 표면으로 드러낸다그 자체로는 결함을 지목하지 못한다위쪽 층 전부 소실. 이후 전기적 동작 불가
물리 분석
10장 · 11장 · 12장
결함의 형태와 크기, 단면 구조, 계면 상태결함이 무슨 물질인지 (영상의 밝기만으로는 부족)단면 가공 부위 소실. TEM 시료는 그 자리에서 한 장만 나온다
성분 분석
13장
결함 부위의 원소와 화학 결합 상태그 물질이 어느 공정에서 들어왔는지 (공정 지식이 필요)전자빔 손상, 탄소 오염
근본 원인·시정 조치
14장
결함을 만든 공정 단계·장비·조건, 재발 방지 대책과 그 검증——

15장에서는 이 흐름을 독자가 직접 운영해 본다. 낯선 용어는 용어집에서 찾을 수 있다.

스케일의 문제: 건초더미는 얼마나 큰가

순서가 필요한 근본 이유는 크기의 차이다. 한 변 10 mm인 다이에서 30 nm 크기의 결함을 찾는다고 하자. 길이로는 \(10\,\mathrm{mm} / 30\,\mathrm{nm} \approx 3.3\times10^{5}\)배, 면적으로는 그 제곱이다.

$$\frac{A_\text{결함}}{A_\text{다이}} = \left(\frac{d}{L}\right)^{2} = \left(\frac{30\times10^{-9}}{10\times10^{-3}}\right)^{2} = 9\times10^{-12} \approx \frac{1}{1.1\times10^{11}}$$
\(d\)는 결함 크기, \(L\)은 다이 한 변. 축구장(약 105 m × 68 m)에 대면 한 변 0.25 mm인 모래알 하나에 해당한다. 게다가 그 모래알은 여러 층의 배선 중 한 층에 묻혀 있다.

결함을 볼 수 있는 배율로 다이 전체를 훑으면 어떻게 될까. 결함 하나에 화소 \(k\)개가 걸쳐야 알아볼 수 있다고 하면 화소 크기는 \(d/k\), 한 장의 시야는 화소 수 \(n\)을 곱한 값이다. 필요한 영상 수와 시간은 다음과 같다.

$$N = \left(\frac{L}{n\,d/k}\right)^{2}, \qquad T = N\,t_\text{frame}$$
\(n = 1000\), \(k = 5\), \(d = 30\) nm이면 시야는 6 µm이고 \(N \approx 2.8\times10^{6}\)장이다. SEM 한 장에 10초를 잡으면 약 320일이 걸린다. 한 층에 대해서만 그렇다.
SIMULATOR

건초더미 계산기: 통째로 훑으면 얼마나 걸리나

결함 : 다이 면적—
필요한 영상 수 (한 층)—
전수 관찰 시간—
축구장에 대면—
해볼 것: ① SEM으로 30 nm 결함을 10 mm 다이에서 찾으면 몇 달이 걸리는지 보자. 다이를 1 mm로 줄여도 며칠이다. ② 광학으로 바꾸면 영상 한 장은 빠르지만 결함이 분해능(약 0.25 µm)보다 작아지는 순간 "분해능 부족"이 된다. 결함을 5 µm까지 키우면 광학으로도 몇 분이면 끝난다. ③ TEM은 분해능이 가장 좋지만 시료가 수 µm 폭의 얇은 박편이다. 다이 전체를 보는 선택지가 아예 없다. (가로 막대는 각 도구가 다룰 수 있는 크기 범위. 왼쪽 끝이 분해능, 화소 1000개·결함당 5화소 가정)

결론은 분명하다. 분해능이 좋은 도구일수록 한 번에 보는 범위가 좁고, 통째로 훑는 방법은 성립하지 않는다. 그래서 불량 분석은 분해능이 낮지만 넓게 보는 기법으로 범위를 줄이고, 줄어든 범위에만 분해능이 높은 기법을 쓴다. 아래 시뮬레이터는 한 시료가 웨이퍼에서 결함까지 좁혀지는 과정을 단계별로 보여 준다.

SIMULATOR

탐색 범위 깔때기: 웨이퍼에서 비아 하나까지

남은 탐색 범위 (한 변)—
웨이퍼 대비 면적—
여기까지 좁힌 기법—
시료 상태—
해볼 것: ① "다음 단계"를 눌러 가며 점선 상자(다음 탐색 범위)가 화면 전체로 확대되는 것을 보자. 한 단계마다 길이로 10~30배, 면적으로 수백~천 배씩 줄어든다. ② 다섯째 단계(지점)의 레이저 신호는 약 1 µm 크기라 그 안에 비아가 여러 개 들어간다. 광학 기법은 여기까지다. 어느 비아인지는 층을 걷어 내고 전자빔과 탐침으로 가려야 한다. ③ 오른쪽 깔때기에서 빨간 표시가 붙은 단계부터는 시료를 되돌릴 수 없다. 그 전에 범위를 충분히 좁혀 두지 않으면 어디를 자를지 알 수 없다. (예시 시료, 치수는 대략적인 값)

핵심 원칙: 비파괴에서 파괴로

깔때기의 각 단계는 다음 단계의 입력이다. 스캔 진단이 후보 넷을 주지 않으면 에미션 영상의 여러 발광점 중 어느 것이 불량과 관련 있는지 알 수 없다. 위치 추적이 지점을 주지 않으면 층 제거를 어느 층에서 멈출지, FIB로 어디를 자를지 정할 수 없다. 그리고 뒤 단계는 앞 단계의 전제를 없앤다. 대표적인 되돌릴 수 없는 단계는 다음과 같다.

아래에서 기법을 직접 골라 실행해 보자. 시료는 하나뿐이고, 결함은 V2(M2와 M3 사이 비아) 한 곳에 숨어 있다.

SIMULATOR

순서가 중요한 이유: 시료는 하나뿐이다

기법을 눌러 실행한다. 한 번 실행한 기법은 다시 쓸 수 없다.
얻은 정보—
남은 증거—
위치 정밀도—
판정—
해볼 것: ① "처음부터" 뒤에 패키지 개봉 → 층 제거를 먼저 눌러 보자. 멈출 층을 몰라 결함 층을 지나치고, 이후 전기적 기법은 모두 "불가"가 된다. ② 전기적 재현 → 스캔 진단 → 에미션·OBIRCH → 패키지 개봉 → FIB 단면 순서로 전압 대비를 건너뛰면 보이드는 찾지만 "이 보이드가 불량의 원인"이라는 전기적 증거가 빠진다. ③ "권장 순서 실행"과 비교한다. 정보 100, 남은 증거 25%가 정상적인 결말이다. 증거는 어차피 소모된다. 문제는 소모하기 전에 정보를 얻었느냐다. (단면 그림의 빨간 점이 숨은 결함. 실제 시료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순서를 어겨 증거가 사라지는 실제 유형 전기적 재현 없이 디캡부터 한 경우, 개봉 뒤 불량이 사라지면 원인이 패키지 응력이었는지 분석 중 손상인지 구분할 수 없다. 프로브나 곡선 추적기로 과한 전압을 걸어 재현을 시도하다가 누설 지점을 태워 버리면 원래 결함 대신 분석가가 만든 용융 흔적만 남는다. 단면 가공 전에 표면 사진과 좌표를 남기지 않으면 나중에 그 단면이 지목한 지점이 맞는지 증명할 수 없다. 각 단계 전에 "이 단계가 끝나면 다시는 할 수 없는 측정이 무엇인가"를 적어 보는 습관이 가장 싼 보험이다.
원칙의 예외 "비파괴 먼저"는 정보 대비 비용의 문제이지 절대 규칙은 아니다. 웨이퍼 단계 불량이라 패키지가 원인일 수 없다면 X선은 짧게 확인만 하고 넘어간다. 같은 불량 시료가 수십 개 있다면 일부를 일찍 파괴 분석에 쓰고 나머지로 전기적 분석을 병행한다. 시료가 하나뿐일 때 원칙이 가장 엄격해진다.

분해능, 시간, 성공률의 감각

기법을 고를 때는 분해능만 보지 않는다. 한 번에 보는 범위, 걸리는 시간, 시료에 남는 손상이 함께 움직인다. 아래 값은 교과서와 핸드북에 나오는 대표적인 크기를 대략 옮긴 것이다. 장비와 시료 조건에 따라 몇 배씩 달라진다.

기법공간 분해능 (대략)한 번에 보는 범위소요 시간시료 손상장
웨이퍼·패키지 테스트다이 단위웨이퍼 전체다이당 초~분없음3
스캔 진단넷 단위 (길이 수십 µm~)다이 전체 논리분~시간 (계산)없음4
X선 투과·CT약 1 µm (나노 CT는 그 이하)패키지 전체분~수 시간없음 (선량 주의)5
초음파 현미경(SAM)수십 µm (주파수에 따라)패키지 전체분없음 (물에 담근다)5
포톤 에미션약 1 µm (침지 렌즈로 약 0.3 µm)수십 µm~다이분~시간개봉·후면 연마6
OBIRCH 등 레이저 자극약 1 µm수십 µm~다이분~시간개봉·후면 연마7
락인 열화상약 3~5 µm다이~패키지분~시간거의 없음7
SEM (전압 대비)약 1~수 nmµm~수백 µm분층 제거 필요, 전자빔 대전·오염10
나노프로빙트랜지스터·비아 하나탐침 4~8개가 닿는 범위수 시간층 제거 필요, 탐침 자국10
FIB 단면약 5~10 nm (이온빔), 관찰은 SEM폭 수~수십 µm한 곳에 약 1시간 안팎가공 부위 소실, Ga 주입11
TEM·STEM약 0.1~0.2 nm박편 폭 수 µm시료 제작 포함 수 시간~하루박편 한 장만 남는다12
EDS·EELS (STEM)약 1 nm, 검출 한계 약 0.1~1 at%박편 안 수백 nm분~시간전자빔 손상13

표를 위에서 아래로 읽으면 분해능은 다이 단위에서 원자 간격까지 약 여덟 자릿수 좋아지고, 한 번에 보는 범위는 그만큼 좁아진다. 장비 값과 숙련도 요구도 아래로 갈수록 커진다. TEM과 그 시료를 만드는 FIB는 실험실에서 가장 비싸고 대기 줄이 긴 장비에 속한다.

사건 하나에 걸리는 시간과 성공률

사건 하나를 근본 원인까지 끝내는 데는 단순한 패키지 불량이면 하루 이틀, 다이 안쪽의 미세 결함이면 한두 주, 재현이 까다로운 마진 불량이면 그 이상이 걸린다. 그리고 모든 사건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각 단계가 독립적으로 성공한다고 단순하게 보면 전체 성공 확률은 단계별 성공 확률의 곱이다.

$$P_\text{전체} = \prod_{i=1}^{n} p_i$$
여덟 단계가 각각 95% 확률로 성공해도 \(0.95^{8} \approx 0.66\)이다. 한 단계가 70%로 떨어지면 약 0.49가 된다. 실제 실험실의 성공률은 제품과 불량 종류에 따라 크게 다르며, 대략 절반에서 열에 아홉 사이로 알려져 있다.

실패는 대개 세 가지 꼴이다. 불량이 재현되지 않는 경우(NTF, No Trouble Found), 위치 추적 신호가 나오지 않는 경우, 물리 분석에서 결함을 지나치거나 못 본 경우다. 뒤의 장들은 각 기법이 실패하는 조건을 함께 다룬다.

사건 파일: 접수

이 책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가상의 사건이 하나 있다. 각 장의 끝에서 그 장의 기법을 이 사건에 적용하고, 얻은 단서와 아직 모르는 것을 정리한다. 실제 회사나 제품과는 무관하다.

CASE FB-28사건 파일 · 1장

수율이 6%p 떨어진 로트

가상의 28 nm 모바일 SoC다. 배선은 구리 듀얼 다마신 8층. 양산 중인 제품에서 특정 로트의 웨이퍼 테스트 수율이 평소보다 약 6%p 낮게 나왔다. 테스트 로그에 적힌 불량 항목은 "저전압에서 스캔 테스트 불량"이다. 정상 전압에서는 같은 다이가 통과한다.

지금 가진 것은 불량 모드 한 줄뿐이다. 메커니즘 후보도, 다이 안의 위치도, 원인이 된 공정도 모른다. 불량 다이는 여러 개 확보되어 있으므로 일부는 전기적 분석에, 일부는 이후 파괴 분석에 나눠 쓸 수 있다.

얻은 단서특정 로트에 한정된 수율 저하 약 6%p. 모드는 저전압 스캔 불량.
아직 모르는 것메커니즘, 웨이퍼 위 분포, 다이 안 위치, 근본 원인.
다음 단계2장에서 이 모드를 만들 수 있는 메커니즘의 용의자 목록을 세운다.

핵심 정리

  1. 불량 분석은 전기적 증상에서 출발해 물리적 결함을 찾고, 그 결함을 만든 공정·설계·사용 조건까지 거슬러 올라가 재발을 막는 일이다. 수율 개선, 신뢰성 인증, 고객 반품 대응이 주된 수요다.
  2. 불량 모드(증상), 메커니즘(물리적 과정), 근본 원인(왜 생겼나)은 서로 다른 층위다. 한 모드는 여러 메커니즘에서 나오므로 후보를 세우고 지워 나간다.
  3. 흐름은 접수 → 전기적 검증 → 비파괴 검사 → 위치 추적 → 층 제거 → 물리 분석 → 성분 분석 → 근본 원인이다.
  4. 10 mm 다이에서 30 nm 결함은 면적으로 약 1011분의 1이다. 고배율로 통째로 훑는 방법은 성립하지 않으며, 넓게 보는 기법으로 범위를 줄인 뒤 좁게 보는 기법을 쓴다.
  5. 층 제거, FIB 단면, TEM 시료 제작은 되돌릴 수 없다. 층 제거 뒤에는 칩을 동작시키는 모든 기법이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비파괴에서 파괴로 간다.
  6. 분해능이 좋아질수록 시야는 좁아지고 시간과 손상은 커진다. 단계가 많을수록 전체 성공률은 낮아지므로 각 단계에서 다음 단계에 필요한 정보를 확실히 남겨야 한다.

확인 퀴즈

1. 다음 중 "불량 메커니즘"에 해당하는 서술은?

첫째와 넷째는 관찰된 증상(모드), 셋째는 공정 조건(근본 원인)이다. 메커니즘은 증상을 만든 물리적 과정이다.

2. 한 변 5 mm 다이에서 50 nm 결함이 차지하는 면적 비율은?

길이 비가 50 nm / 5 mm = 10−5이고 면적 비는 그 제곱인 10−10이다.

3. 층 제거를 포톤 에미션보다 먼저 하면 안 되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에미션, 레이저 자극, 파형 측정은 모두 동작 중인 칩이 필요하다. 층 제거는 그 전제를 없앤다. 또한 위치를 모르면 어느 층에서 멈출지도 정할 수 없다.

4. 스캔 진단이 후보 넷을 주었고, OBIRCH가 그 넷 위 약 1 µm 지점을 지목했다. 이 시점에 아직 알 수 없는 것은?

광학 기반 위치 추적의 분해능은 약 1 µm다. 그 안에는 비아와 배선이 여럿 들어 있다. 어느 구조인지, 어떤 형태인지는 층 제거 뒤 전자빔·탐침과 단면 분석으로 확인한다.